PROGRAMS FOR FEAR OF FLYING

비행공포증, 원인에 따른 특화된 접근이 필요합니다.

33기 부산 그리고 일본 비행 성공!! - 긴 글임..

이OO 07-11-19 00:00 132 hit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다들 잘 지내셨죠? 그동안 이 싸이트를 잊고 지낸건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번씩 들어와서 새글이 있나 보고.. 저와 함께 치료를 받았던 다른 분들 소식도 보고 하면서 제 스스로도 용기를 얻고 그랬어요.. 오호... 11시간 독일비행이라니.... 정말 큰 용기를 가진 분들이 많으시군요... 반성.. 반성... ㅡㅜ 저는 10월 말에 부산을 그리고 11월18일 2박3일의 일본 여행을 잘 마쳤습니다. 사실 말하자면 여행이라기보단 비행을 성공했다는 표현이 저에겐 훨씬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할 수 있을거에요!! ^^v 부산 비행은 비행공포치료를 받은 후 치료자 없이 처음 타는 비행이라 많이 고통스럽고 불안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부산으로 내려가는 비행기에서 불안도는 3점 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었어요.. 물론 기내에 들어서기 전 보딩을 기다리는 동안은 계속적으로 불안도는 3~5정도로 오르락 내리락 .. 스스로 얼마나 "스톱!!!!"을 외쳤던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스톱!! 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나쁜 생각을 멈추어줄 자극이 되거든요..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이륙 후 seat belt 싸인이 꺼지고, 내가 하늘에 있고 비행기 안에 있으니 나는 막힌 공간에 있는 것이고 고로 나는 산소부족으로 인해 숨이 막혀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딱 한번 들더군요..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신체적 증상이 싸악~ 올라오려는 찰나에 비행치료 받을 때 보았던 엔진 옆쪽에 산소를 빨아들이는 통로를 생각했어요... 난 괜찮다.. 죽거나 미치지 않는다.. 이런 자동적인 반응보다는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그 산소통로라 훨씬 더 효과가 크더군요... (제 경험으로는 그랬다는 겁니다^^) 이후 착륙때까지 불안도는 1에서1.5 정도로 낮은 편안한 비행이었습니다. 바닷가를 지척에 두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회 한접시와 C1소주 한잔과 함께 행복한 부산에서의 1박을 했답니다. 므흣흣흣.. 부산에서 올라오는 비행기는 일부러 내 몸이 가장 피로할때인 아침 9시 비행기를 탔어요. 올라오는 동안 옆쪽에 한.. 8개월쯤 되는 아기와 함께 타서 편안한 마음으로 김포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지요.. 전날의 비행으로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진 탓인지 기내에 오르기 전에도 불안도는 2점 미만이었습니다. 다만... 몇주 뒤에 있을 일본 비행이 걱정되었을 뿐이었죠^^ . . 일본 비행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컨디션 조절을 했습니다. 1시간이 넘는 장시간(?) 비행은 처음이라... 걱정도 많이 되고 사실 전날은 잠을 거의 자지 못했습니다.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불안도는 거의 5에서 6까지 올라가더군요... 더군다나 그 비행기는 일본항공이라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거의 대부분이 일본사람들이라 "난 폐쇄공포증이 있어요"란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불안도가 점점점 더 올라갔습니다. 이륙 전 복식호흡을 하면서 비행치료 받으면서 작성했던 교육자료를 계속 읽고 외우고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비행기가 점점 속도를 내면서 이륙을 준비하는데 차라리 이제 더이상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을 하고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기내식이 곧 나오고 뭐든 피하지 말자는 마음을 먹고 기내식을 열심히 먹었습니다. 총 비행시간은 약 2시간이었는데... 기내식과 함께먹은 와인의 힘인지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불안도는 1.5정도...생각 외로 금방 착륙을 하고 난생 처음 바다건너 일본 땅을 밟았습니다. 그냥... 마구마구 눈물이 나오는것을 억지로 참았습니다.이렇게 어렵지도 않은 것을... 해외에 나오니 이렇게 좋은 것을 그동안 못했다는게,,., 세월이 안타깝고.. 감개가 무량하고 ... ㅠㅠ 2박3일동안 일본의 지하철을 섭렵하면서 정말 최고의 노출훈련을 하는 듯 했습니다. 무슨 노선이 그리 많은지.. 하루 12시간 관광에 지하철 안에만 4시간은 있었던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비행치료만큼 효과가 컸습니다. 이제 2호선 순환선 신촌에서 신촌까지는 전혀 두렵지 않답니다 ^^ 일본에서 인천에 올라오는 비행은 2박3일 빡빡한 여행 일정에 음식도 제대로 못먹고 체력이 완전 고갈난 상태에서 했습니다. 내 몸이 이 비행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 불안도가 확 올라가더군요. 정말 필사적으로 복식호흡과 합리적 생각, 스톱!! 화이팅!! 지압,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았습니다. 약 2시간 40분정도 되는 긴 비행시간동안 두세번 불안이 확 오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공황"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고 용기를 얻은 여행이었어요. 이제 저는 12월 9일 세부로의 신혼여행을 준비합니다. 4시간 30분이라는 지금까지는 겪어보지 못한 비행시간을 견디어보려고 해요.(차마 즐긴다는 말은 안나옵니다.. 여전히 그렇게 편안하지만은 않아요 ^^) 물론 결혼을 하고 떠나는 여행이니 즐거운 마음이겠지만..결혼준비로 고갈된 체력과 여행 후 돌아왔을 때 바뀌어버린 환경.. 부모님이 아닌 남편이라는 새로운 가족과의 새집에서의 생활 모든 것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적어도 피하진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잘 해 왔고 앞으로는 더 잘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용기를 잃지 않게 도움을 주신 이상민 원장님, 백민정 선생님, 김잔디 선생님, 안영태교수님 자꾸자꾸 생각나서 잊혀지지가 않아요.. 늘 감사하는 마음뿐이에요... 오호.. 제가 세부로 신혼여행을 가다니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세부 다녀와서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건투를 빌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