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나 (9기,단순비행공포증)
황유나
04-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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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9기 프로그램을 마치고 지금 막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9시 뉴스에서 비행기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네요.
유나이티드 항공 비행기에서 기름이 새어 2시간 동안 이륙하지
못하여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예전같았다면 아니 어떻게 저런일이 있을수가 있나.. 만약 기름이
새는 걸 몰랐다면 추락하는게 아닐까.. 도데체 정비를 제대로 하긴 하는건가... 이런 불길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저를 발견했습니다. 정비를 열심히 해도 저런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이륙전에 발견해서 수리를 하는 것은 추락할 것이라는 위험성과 전혀 관련성이 없으며 혹시 이륙후에 발견하더라도 금새 다시 재착륙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런 소식들을 마치 급박한 일인양
방송하고 있는 언론에도 이제 속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드는 이런 생각들...그렇지만 비행공포증 극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꿈도 꿀수 없는 생각들이었습니다.
비행의 위험성과 관련된 뉴스나 다큐멘타리만 봐도 아예 채널을 돌리곤 했습니다. 혹시 조금이라도 그런 뉴스를 들은 날이면 잠에 들기까지 그 생각에 집착해 불안하곤 했었습니다.
이런 비행 공포증이 시작된건 2002년 6월. 제가 터키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심지어 비행기타는걸 즐겨하는 정도였습니다. 터키 국내선을 타고 이동하던 중에 비행기 급강하(지금와서는 그것이 급강하가 아니라 터뷸런스로 인한 작은 출렁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를 경험하였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던 저로서는 그 이후로 비행기 타는 행위 자체를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기에 그 이후로도 비행기를 10회정도(편도) 더 타긴 했지만 비행 중에 경험하는 그 긴장과 공포는 '내가 또다시 비행기를 타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항상 들게 하였습니다.
비행기의 흐름과 소음(엔진소리), 난기류, 선회할 때의 느낌 이 모든 것이 추락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였습니다.
비행기 좌석에 꼭 붙어서 손잡이를 붙잡고 수면제를 먹고 술을 찾게 되는 나 자신을 보면 저로서도 이렇게까지 여행을 해야되나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죠.
그러던 중 이상민 선생님이 비행공포증 클리닉을 여신 것을 작년에 알게 되었지만 시간과 비용적인 면으로 인해 사실 지금까지 망셜였었습니다. 그리고는 제자신의 의지로 극복해보려 했었죠.
그렇지만 지난 마지막 휴가때에도 증상이 심해지는 걸 보며 이제는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특히나 홈피에서 "포비아 극복 수기"를 읽고 많은 힘과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틀간 거의 18시간에 걸친 타이트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비행기의 구조와 이륙원리 및 난기류에 대한 안영태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공포심을 유발했던 여러가지 지각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잘못된 생각에 대한 이상민 선생님의 반복적인 인지 치료를 통해 비행기를 직접 타기 전에 거의 반 정도는 치유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비행기를 막상 타고 이륙하려고 하니 불안지수가 약간 올라갔습니다. 그렇지만 이륙시에 나는 엔진소리변화의 의미, 선회의 필요성, 난기류로 떨어진 비행기는 한대도 없으며 비행기 아래에는 엄청난 힘의 기류가 비행기를 받쳐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전혀 불안하지가 않았습니다. 예전 저의 불안지수는 거의 9-10점 정도였는데 오늘 비행중에는 거의 2-3점에 불과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지금 2년동안 저를 무겁게 눌러왔던 비행공포증을 떨쳐버리고 나니 너무나 후련합니다.
이제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책도 읽을 수 있겠죠. 약도 먹을 필요 없고 굳이 술에 취할 필요도 었어졌죠.
이렇게 저를 회복시켜 주신 이상민 소장님 안영태 교수님, 그리고 서로서로를 격려하며 이틀동안 고생하신 9기 프로그램 참여자 여러분들 모두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